2014년초에 사진을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주변에 유경험자들의 조언에 따라 하나씩 장비를 구비하면서 사진의 세상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난 기계를 좋아하기때문에 사진을 배운게 아니라 사진기를 배웠다고 할 수 있다. 사진기의 메뉴얼을 보며 처음 든 생각이 있었다.

“이 조그마한 기계도 사용법에 대한 메뉴얼이 이렇게 두꺼운데… 우리 인생에 대한 메뉴얼은 얼마나 방대할까”

그러면서 인생의 메뉴얼이 되는 성경책을 등한시 했던 모습에 반성되고 회개되었던 시간이 있었다. 여전히 오지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 사진에 미쳐 매료되어 있는 사람의 하트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진을 조금씩 들여다보면서  몇가지 든 생각이 있다.

 

 

1. 있는 그대로 보자.

예술이라는 것은 창작자의 주관적인 심성이, 보는 사람의 주관적인 감성에 의해서 재해석되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장면을 담은 사진이기때문에 객관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의 사물을 보는 관점과 생각들이 앵글과 색감으로 드러나게 되고, 보는 사람들은 그것들의 심미적인 합의체에따라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움”이라고 여겨진다.  찍는 사람의 자유스러움과 보는 사람의 자유스러움이 만날때 가장 일반화된 아름다움이 전달되어지지 않을까? 지나친 해석은 오류를 가져오게 되고 그것으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놓치게 되지 않을까?

우리 눈이 사진기라면 하루에 수천만장의 사진을 우리 마음에 찍어낸다.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우스운지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세상을 본다고 하면서도 주관적으로 사물을 보고, 또 그것을 또 다른 주관으로 해석을 하는 참 기이하고 복잡한 유기체이지만 또 “난 그렇지 않다”라고 고집을 부리는 유일한 고집쟁이 피조물이다. 있는 그대로 사물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바라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2. 순간의 짧은 시간, 삶의 1/100초

사진은 셔터스피드라는 것이 있다. 특별하지 않으면 1초를 넘기지 않는다. 그러면 사진이 흐려지고 보기가 좋지 않다.  대부분 1/100의 속도 이상으로 찍는다. 삶의 1/100초~ 이 짧은 수간의 포착을 놓쳐서 얼굴표정이 일그러진다든지, 꼭 중요한 행사의 장면을 잃어버린다든지, 아름다운 자연의 장면을 놓치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는 이 순간에도 내 인생을 그 짧은 순간으로 나눠서 보면 얼마나 방대할까? 하루가 천년같고, 천년이 하루와 같다는 하나님의 시간방식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1초안에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꼭 기억하고 싶은, 꼭 담고 싶은 한장면으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1/100초의 삶의 순간은 무엇일까? 나는 “영감(inspiration)을 얻는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촬나의 순간. 무엇인가 번듯이는 순간이 우리에게 있지 않았을까? 어떤 사람은 그것을 사진과 같이 담고, 어떤 사람은 그냥 지나친다. 마치 1/100 아니 1/2000초를 기다리며 한달동안 정글 숲속에서 망원렌즈를 두고 조용히 기다리는 작가처럼 어느 한 순간에 우리의 인생의 한 장면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을 기억하게 되고, 또 스스로 그렇게 자신을 보고 싶어진다.

3. 추억을 기억하자.

아내는 사진찍는 것을 좋아한다.  좋은장비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냥 추억을 담기 위해서 찍는다. 그럴때마다 귀찮다고 늘 반대했었는데, 아이들 둘을 대학에 보내고 정말 오랜만에 아이들의 어릴적의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사진강의 시간에 선생님이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잘 찍은 사진이 있고, 좋은 사진이 있습니다. 잘 찍은 사진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진이고, 좋은 사진은 메시지가 있는 사진입니다.

사진처럼 우리의 기억을 정확하게 담고 있는 것이 이땅에 어디 있을까? 이 세상을 떠나 아이들이 우리를 기억하는 가장 유일한 통로가 사진이 아닐까?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할 것이 없는 너무 앞으로만 뛰어가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울의 뒤를 돌아보지 않고 푯대를 향해서 달려간다는 말을 일 중독자들은 크게 공감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그게 그런 뜻이 아님을 안다.  우리들에게는 뒤를 돌아봐야할 하나님께서 남겨놓으신 많은 추억들이 있다.

사진처럼 담고, 사진처럼 살고, 사진처럼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