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한마디 “고맙다”
어머니의 한마디 “고맙다”
한국에서 카카오톡 통화음이 오랫동안 울렸습니다. “띵띠띵띠~~ 띵띠띵띠~~”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들었는데 요란한 소리에 눈비비고 화면을 보니 어머니셨습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전화를 잘 하지 않으시는데, 늘 상 그렇듯 점점 야위어 가시는 아버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으신가 걱정에 얼른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무슨 일인데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 소리는 혹시 시차 때문에 자식새끼 잠자는데 깨웠나 걱정이라도 되신 마냥 “너무 늦게 전화한 거 아니가?” 연거푸 조심스럽게 속삭이십니다. 내심 어머니의 이런 속삭임이 어버이날 전화 한번 드려야지 마음먹고서는 때를 놓친 나를 더 무안하게 만드셨습니다. 큰 아들 되는 우리는 미국에 있고, 둘째 딸은 노처녀로 서울에 있고, 아내를 먼저 하늘에 보내고 홀로 남은 자식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막내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오월에 참 외롭겠다는 생각이 순간 가득 찼습니다.
얼마 전 교회를 개척했다고 카톡에 야외예배 단체 사진을 올렸더니, 권사로 섬기는 교회에서 사역하던 부목사님이 김해에 교회를 개척했는데 3년이 지나도록 성도가 다섯 명이라면서, 아들이 개척한다니깐 많이 걱정이 되셔서 전화하셨답니다. 그리고는 돈이라도 좀 부치고 싶다고 하십니다. 극구 사양하며,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셔서 좋은 분들을 만나서 재정적으로 부담 없다고 걱정하시지 말라고 안심시켜드렸습니다. 그러곤 어머니 마음의 이야기 한참 들어 드리고, 걱정하지 않도록 우리교회자랑도 가득 담아서 전화기 너머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래도 믿고 마음껏 축복하며 기도해주실 분은 어머니 밖에 없다는 생각에 기도제목도 앞으로 하나하나 카톡으로 남겨드리기로 약속까지 했습니다.
큰 아들을 무척 의지하시는 어머니이신 것을 아는데, “너희는 미국에 정착해서 큰일을 이뤄라.. 한국은 이제 힘들다~”라고 말씀하시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들을 키워보니깐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통화하면서 점점 하나님 일을 한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상처를 드리고 있지 않는지 풀 수 없는 삶의 무게를 한 번 더 느끼는데 전화기 너머로 “고맙다”라고 말씀을 남기십니다. 그냥 잘 살아줘서 고맙답니다. 이 “고맙다” 한 마디가 마음을 먹먹하게 하며 지난주 눈앞을 계속 흐리게 했습니다.